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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금융권 하 두 명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없앤 하후장설은 부하들이 모두 떠나자 그제야 고개를 떨구며 하후야를 불렀다.
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가을을 재촉하는지 어느덧 폭우로 변해 자금산 전역을 거세게 때렸다.
산 이곳저곳에서 솟구쳐 오른 뿌연 안개는 울긋불긋 물든 자금산을 한 폭의 그림으로 바꾸어 놓았다.
하지만 무릉도원처럼 보이는 자금산의 아름다움은 겉모습에 불과할 뿐이었다.
작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대부분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었고 그 붉은 물의 시발점에는 어김없이 시체가 있었다.
자금산은 삼백오십 명 남천벌 무인들이 객사한 공동묘지였다.
누구라도 자금산의 본 모습을 본다면 한달음에 도망을 칠 것이다.
하지만 여전히 자금산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.
백산과 주하연이었다.
자금산을 가로질러 막부산을 통해 장강으로 빠지고자 했던 두 사람이 왜 이곳에 있는지.“미안해요, 괜히 저 때문에…..”산자락에 면한 조그마한 동굴 속에서 주하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.
주하연의 얼굴에는 미안한 감정이 역력했다.
곧바로 떠낮 못했던 건 순전히 자신 때문이었다.
한빙쇄혼진을 무리하게 펼치다 당했던 내상이 남천벌 무인들의 천라지망을 겪으며 더욱 심해진 것이다.
걷기도 힘들어하는 주하연을 보다 못한 백산은 막부산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자금산 동굴을 찾아들었다.
“네가 왜 미안해, 내 몸이 불편해서 들어온 건데. 그리고 야수는 벌건 대낮에 움직이는 게 아냐. 모두가 잠든 밤에 움직이는 거라고. 이리와. 이왕 들어왔는데 눈이나 좀 붙이고 가자. 내가 그랬지? 잠은 정신을 맑게 해 준다고.”백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.
주하연의 몸 상태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 또한 운기행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.
공현에서부터 전력으로 달려온 간밤까지 몸은 거의 탈진 지경이었던 것이다.
“그리고 하연이 너 자꾸만 어른이 되려고 하는데 못 써.”품안으로 파고드는 주하연을 끌어당기며 말했다.
천음신맥으로부터 벗어나면서 한껏 밝아졌던 얼굴이 다시 어둡게 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.